바다는 늘 인간에게 가능성과 위험을 동시에 안겨준 공간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바다는 과거와 다르다. 인공지능(AI)이 항로를 분석하고 자율운항 기술이 선박 운항 방식을 바꾸며 드론과 로봇이 구조 현장에 투입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친환경·저탄소 선박 기술은 기후위기 속에서 해양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묻고 있다. 이제 해양 안전은 사고 이후 대응을 넘어 미래 위험을 예측하고 줄이는 사전 예방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더 빠른 선박, 더 정교한 장비, 더 똑똑한 시스템이 결국 누구의 생명을 지키고 어떤 위험을 줄일 것인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해양 안전 분야에서 최신 장비와 기술은 산업의 성과이기 이전에 국민 생명을 지키겠다는 약속이어야 한다.
이달 17일부터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2026 국제해양·안전대전’이 열린다. 올해는 AI 기반 자율운항 선박 기술, 친환경·저탄소 선박 기술, 드론·로봇 기반 구조 솔루션 등 미래 해양 산업의 핵심 기술이 소개된다. 첨단기술과 장비가 바다의 위험을 어떻게 줄이고 국민 생명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장이 될 것이다.
이번 행사는 단순히 최신 장비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민생명안전관을 비롯해 심폐소생술, 구명조끼 착용, 선박 가상현실(VR) 체험, 해양 안전 도전 골든벨 등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기술을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안전을 몸으로 익히는 자리다. 특히 해양경찰청뿐 아니라 경찰청·소방청·해군 등 여러 안전 기관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은 해양 안전이 특정 기관만의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준비해야 할 과제임을 보여준다.
해양 안전 문제는 항만과 물류, 수산물 유통, 해양 레저, 에너지 안보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과 깊이 연결돼 있다. 바다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도시와 산업, 가정의 안전으로 이어진다. 기후위기로 해상 기상 여건은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선박은 대형화·고속화되고 있으며 해양 이용 방식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발맞춰 해양 안전은 사고 이후 수습이 아니라 평상시 위험을 줄이는 사전 예방 체계로 자리 잡아야 한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K조선 해양 및 안전 분야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조선·해양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우수한 장비 성능뿐 아니라 안전성도 함께 입증해야 한다. 해외 해안경비대와 바이어를 초청한 수출 상담회, 국내 조선소·장비 담당자와의 구매 및 연구개발(R&D) 상담회를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을 살리는 기술, 환경을 지키는 기술, 현장에서 검증된 기술이 결국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우리는 대형 해양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겨 왔다. 그러나 안전은 사고 이후의 다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술을 점검하고 제도를 보완하며 시민이 참여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산업과 정책에 반영될 때 비로소 안전은 사회의 역량이 된다.
첨단기술의 미래 바다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국민 생명과 현장 안전을 향하도록 함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번 ‘국제해양·안전대전’이 단순한 장비 전시나 기관 홍보를 넘어 미래 해양 안전의 기준을 함께 세우는 공론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바다의 미래는 기술로 열리지만 그 기술의 목적지는 결국 사람과 안전이어야 한다.





